우리는 태어나기 전 자궁 속에서 어머니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성장한다. 심장이 뛰는 소리는 인간이 최초로 듣게 되는 리듬이 담긴 노래다. 그래서 생명의 소리, 사랑의 소리, 자연의 소리로 통한다. 그런데 자신의 심장 소리를 자세히 들어본 일이 있는가? 당신의 심장 소리를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한심장학회와 질병관리본부가 '세계 심장의 날'(9월 28일)을 맞아 진행한 '리슨(listen) 캠페인'의 동영상이다.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고 심장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공익 캠페인으로 이화여대 앞 대현공원에 마련된 야외 스튜디오에서 일반인들이 휴대용 전자청진기를 통해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를 동영상으로 녹화하는 행사다.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캠페인에 참여해 자신의 심장 소리를 녹음했다. 이렇게 녹음된 심장 소리는 UCC 동영상으로 제작돼 '세계 심장의 날' 공식 사이트(www.heart-listen.com )에 올라갔다. 이 사이트를 통해 자신은 물론 유명 연예인들의 심장이 뛰는 모습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또 야외 스튜디오에서는 미디어아트 영상물을 통해 자신의 심장 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환상적인 소리가 들렸다',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 '영화의 효과음 같았던 내 심장의 외침', '잊을 수 없는 비트' 등으로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심장이 뛰는 소리는 듣는다기 보다 느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강은정(18·이화여대 환경식품공학부 1)씨는 "다른 사람의 심장 소리는 TV나 영화를 통해 흔히 들을 수 있었지만 내 심장 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라며 "신기하고 설레기도 하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김새를 가지고 있듯이 심장 뛰는 소리도 서로 다르다. 때로는 빠르고 때로는 느리고 어떤 이는 콩닥콩닥 거리고 어떤 이는 쿵쾅거린다.
자신만의 심장 뛰는 소리는 단순한 소리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지은(19·이화여대 디자인학부 1)씨는 "내 자신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가영(18·서강대 경영학과 1)씨는 "내 심장이 뛰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미래의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심장이 뛰는 소리는 내가 살아있는 소리이자 삶의 힘찬 울림인 것이다.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는 음악을 닮았고 음악은 또 사람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호란, 애즈원, 루싸이트 토끼 등 가수들은 자신의 심장 비트를 노래로 만들어 디지털 싱글 앨범으로 발표했다.
그룹 클래지콰이의 보컬을 맡았던 가수 호란씨는 "나의 심장 소리가 음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경험"이라며 "음악을 통해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심장과 건강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장 박동 소리를 이용한 앨범의 수익금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리슨 캠페인'에 참여한 모두의 심장 소리는 미디어 아티스트 신민수 작가의 손을 거쳐 디지털 조형물로 제작돼 오는 12월 서울N타워에 전시될 예정이다. 심장이 뛰는 느낌을 보고 듣고 싶다면 동영상을 클릭해 보자.
[글=이기훈 기자 jjamar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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